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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명 은 시인·성주군박약회 여성회장 |
ⓒ 성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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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로길 두고
냇강 따라 둘러서 집에 가는 길
책보자기 풀섶에 벗어두고
피라미 송사리 물방개
검정 고무신 한 짝에 담아 놓고
물장구치고 놀다 보니
고기 실은 검정 고무신 한 짝 흔적도 없이
떠내려 가버려
고무신 찾겠다고 오르락내리락
동무들은 기다리다 다 가버리고
한 짝 고무신만 신고 돌아온 집
야단맞을까 봐 헛간에 숨어 있다가
잠이 들어 온 집이 법석이 났다
헛간에서 잠든 것 보고 할머니께서
내일 당장 운동화 사주라고
그래도 검정 고무신이 아까워서
냇강 따라 고무신 찾겠다고 몇 달 헤맸지
고기 실은 검정 배는 모래에 묻혔겠지
댓돌 뒤에 한 짝만 댕그만이 얹혀있다
그 여름 다 가고 헌 고무신 모아 엿 바꿔 먹던
눈앞에 선한 검정 고무신 한 짝
오랜 날이 지났지만 물 파도가 쓸어간 자리
모래알만 남아 하얀 종이 위에
옥이, 연이, 순이, 성이 그리운 이름마저
은빛 모래 반짝이며 떠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