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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독자마당

집들이 - 김동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23.06.07 09:26 수정 2023.06.07 09:35

↑↑ 김 동 수필가
ⓒ 성주신문

 

올해 삼월에 결혼한 큰 아들네 집들이 가는 문제로 아내와 실랑이를 했다. 집들이는 토요일 저녁에 아들네 집근처 식당에서 먼저 식사를 하고 집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둘째 아들 부부는 낮에 친구 아들 돌잔치에 들렀다가 바로 식당으로 간다고 하고, 아내는 지인의 자녀 결혼식 참석 이후에 곧바로 갈 것이라고 한다. 나만 덩그러니 혼자 남게 된 것이다.

둘째 아들과 아내가 조금 번거롭지만 볼 일 마치고 함께 가자는 말이 없어서 서운함을 나타내었던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화원아파트에서 경산의 식당으로 가려면 지하철을 한번 갈아타고 버스를 환승하여 또 걸어서 가야만 한다. 평소 같으면 혼자서라도 찾아갈 텐데, 그래도 집안 행사에 누구라도 함께 가면 더 좋겠다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는 그런 일로 아들에게 부담감을 주지 말고, 몸이 아직 건강할 때 운동 삼아 지하철 갈아타고 걸어서라도 오라고 한다. 요즘 세태에 아내가 하는 말이 맞는 것 같은데, 내심 마음 한 구석에는 꽁한 생각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결국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아내 말에 수긍하기로 하였다. 아내가 지인 혼사에 참석하러 나간 뒤, 혼자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나름대로 아들 집들이 선물을 준비하기로 한다. 한참을 궁리한 끝에 내가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물건 하나와 짤막한 손 편지를 쓰기로 했다.

이래저래 한참을 애써가며 선물 준비를 마치고, 집에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아내한테서 전화가 왔다. 기쁜 마음에 서둘러 화원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아양교역에 내려서 아내를 만났다.

저녁 약속 시간까지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동촌 강가 둔치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르고 아내와 무엇을 할까 의논하다가, 문득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이 며칠 전 피드(pheed)에 올린 대구미술관 전시회가 떠올라 함께 가기로 하였다.

주말이라 줄을 길게 서서 기다렸지만, 그동안 팸플릿을 보면서 얘기도 나누고 인증샷도 찍으며 차례를 기다렸다. 둘 다 그림에 대한 조예도 없고 도슨트의 설명도 없었지만 주변에 방해되지 않도록 신경쓰면서 이러쿵저러쿵 소감을 말하며 감상하였다. 그렇게 '이건희 컬렉션'과 '한국 근현대미술특별전'을 구경하면서 즐거운 데이트를 마치고 약속된 식당으로 향했다.

우리 부부가 제일 먼저 도착하고 이어서 큰 아들 부부, 막내처남 가족, 둘째 아들 부부가 차례로 참석하였다. 큰 아들이 신경을 써서 마련한 자리로, 복어 샤브샤브 코스요리는 처음 맛보는 음식이다. 코스요리여서 내용도 넉넉하고 생복어를 회처럼 얇게 쓸어서 먹는 맛은 싱싱하고 담백하며 맛깔 나는 요리였다.

큰 아들이 둥지를 튼 살림집은 경산시에 위치하는데 약간 외곽지라 불편함이 있지만 주변에 백자산과 남천강변이 있어서 공기가 맑고 살기에 좋다고 한다. 신혼 아파트는 우리 부부가 조금 지원한 종자돈과 아들이 37살까지 직장생활하면서 저축한 돈과 대출금으로 장만 하였다.

사돈댁에서 지원한 돈으로 마련한 살림살이는 신혼부부가 생활하고 아기까지 낳아서 키우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살림살이를 보아하니 37년 동안 살아온 우리 집 살림살이 못지않다. 우리 부부가 신혼 때 장만한 단칸방과 소소한 살림살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더 오래 더 깊게 사랑하고 행복하여라!"라는 덕담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내에게 "집이며 살림살이는 생활하면서 하나하나 장만하는 것이 삶의 보람인데"라고 하였다가 또 한 번 핀잔을 들었다. 이것 또한 오늘 날 결혼 풍습인 것을 깜박하고 말았다. 지난 날 내 부모님과 함께할 수 없었던 가족행사를 생각하니 오늘 따라 더욱 그 정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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