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 설 자 시와시학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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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사비성으로 몰려와
가녀린 등불로 사직이 흔들리던 그 날
삼천 개의 꽃잎은 백마강으로 우수수
떨어지고 말았다
무수한 꽃송이 떠내려간
백마강 여기저기엔
꽃잎보다 더 붉은 울음소리 잠겼다
망국의 한이 쓸쓸히 묻어나오는
고란사 절벽은
제 그림자 물속에 드리우며
묵묵히 지나간 시간을 되새긴다
비바람 품 속에 모두 껴안고
천 년을 침묵으로 버텨온 바위
저 낙화암에 그 날의 슬픔 아로새기면
가련한 혼령들 감은 두 눈을 뜨는 것 같다
무상한 세월이여
백마강 푸른 물결에
먼 하늘 울음소리 되살아나는가
그대들 꽃신 다시 곱게 신고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부소산성 낙화암에
다시 들꽃으로 피어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