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필 동 수 필 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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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나도 그 정도는 알아! 근데, 옛날 얘기인 ‘놀부’만 그런 게 아니야.! 내 친구 갑돌이는 제 아버지가 좋은 외제차 탄다고 으스대며, 자전거만 타는 을순이 아버지를 은근히 놀린다는 말이야!”
“뭐···!, 설마 그럴라고?”
“아니야, 그게 사실이야! 다른 친구들은 많이 싸운 걸 다 안단 말이야.”
“그러나 저러나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날마다 쓸고 치우는 것을 보니 고맙고 미안하기도 한데, 그 수고를 무엇으로 갚아야 할까···?”
“가만 있자. 뭐 좋은 수 없겠니?”
“글쎄···? 아! 있긴 있다.”
꾀돌이 철수가 손바닥으로 은행나무를 툭툭 치더니
“좋은 수 있다. 정말 좋은 수가 있다!"
“그게 뭔데?”
“나무에 달렸을 땐 그냥 푸르른 잎이었다가 땅에만 떨어지면 돈이 된다면 어떨까?”
“허허··· 뭐, 뭐? 그런 마술 게임 같은 게 어디 있어! 만일 그렇다면 나무 밑에 날이면 날마다 잎 떨어지도록 기다리는 어른 아이들로 북적일 테고, 서로 내 것 네 것 다투다가 쌈박질도 흔히 있을 텐데 이를 어쩌려고? 심지어는 나무를 통째로 베어 갈 어른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러지 말고 노랑잎이 다 떨어질 때까지 미화원과 함께 어른 아이와 공동으로 쓸어 모아 큰 잠금 바구니에 담아 두었다가 잎이 다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히 남는 날을 택해, 그때 똑같이 나누면 어떨까? 물론 그때까진 몰래 자기 주머니에 절대로 넣을 수 없도록 하잔 말이다.”
“그것도 괜찮기는 한데,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른이나 아이나 나이 많고 적음일 뿐인데 꼭 차별을 하지말지였다. 이를 두고 철수와 알순이는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누기 전날 미화원, 어른, 아이 다 모여 회의를 열기로 하고 그 진행은 미화원 아저씨가 맡기로 했다.
“자! 그럼 드디어 기다리던 돈 나누는, 즐거운 오늘이 왔습니다. 지금부터 은행잎(돈) 나누기 회의를 시작합니다. 제일 큰 문제는 앞서 말한 어른 아이 ‘비율을 어떻게 할까’입니다.”
한 어른이 먼저 나섰다.
“어른과 아이를 2:1로 하면 어떨까요? 아주 옛날 선거에 남자 2표, 여자 1표가 있었듯 어른 아이를 2:1로 하자는 말이에요.”
“안 됩니다, 절대로! 차별할 게 따로 있지 그런 것까지 차별하느냔 말이에요. 1:1로 하자고요. 민주주의가 왜 있어요?”
“그건 차별이 아니라 ‘어른과 아이’라는 구분을 하자는 것일 뿐이에요. 그게 무슨 차별이냐고요? 다시 말하지만 어른 아이 구분만 하자는 거에요.”
이를 보다 못한, 평소 선거에 꼭 한 번 나서보겠다던 한 청년이 나섰다.
“말 참 잘 못 하네요. 차별이 아니라 ‘구분’을 찾은 것이라고요?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 같은 국민이에요. 이 나라 정치하는 분들은 달이 가는 줄 뻔히 알면서 구름이 간다고 무조건 우기고, 반대부터 하고 보는 거와 뭐가 다른가 말이에요. 생각부터 잘못 됐어요. 어쨌거나 똑같이 나누는 게 ‘평등 법칙’에 도 맞으니깐 말이에요. 똑같이 나눕시다!”
“아저씨 말이 맞아요. 어른들은 참 이상해, 그지요. 어느 게 맞는 건지 앞뒤 돌아보지도 않고 그냥 자기 고집대로 ‘구름이 허우적거리며 간다’고 투정만 하잖아요. 남한테 얼마나 지기 싫어하는지 몰라요. 아닌 거 뻔히 알면서도 그래요···.”
“맞아요. 잎사귀 줍는 데도 어른 아이 구별이 있나요? 더벅거리는 어른 손보다 아이들 손이 더 재바르고 날렵하단 말이에요. 어쨌거나 똑같이 주세요. 아니, ‘내일의 희망인’ 아이들에 더 주세요.”
“아네요. 꼭 어른 아이 구분해야 해요. 어찌 어른 아이가 같으냔 말이에요. 차등을 두세요···!”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자 보다 못 한 미화원이 나섰다. 내 직권으로 1:1 동수로 결정하겠다고 의사봉을 잡으려 했다. 그러자 ‘안 돼, 안 돼!’가 나오고 고성이 터지고 말았다. 의사봉을 들었던 미화원이 안절부절 하는 사이 한 어른이 책상을 엎어버렸다. 동시에, 잠금 궤짝도 파괴시켜 버렸다. 모았던 은행잎(돈)을 온 바닥에 엎어버리는 큰 소란을 피우고 말았다!
어이쿠!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인간을 비웃는 듯 궤짝 틈새로 배시시 웃는 얼굴 내밀던 돈 쪼가리들도 하하하···! 폭소를 터뜨렸다. 멀쩡히 보이던 돈이 은행잎으로 변신하는 요술단지가 되고 만 것이다. 그 돈 궤짝이 끝없는 인간의 허망한 욕심을 꾸짖으려고 드는 회초리, 그보다 더 매서운 불호령이었다. 너무도 허무한 끝판왕이 되고 말았다.
사람들 발에 밟히는, 보잘 것 없는 은행잎들은 돈만 좋아하는 인간들에게 혹독한 가르침을 주고 쓰레기통으로 떠나버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