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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들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소중합니다" / (사)경북시각장애인연합회 김춘석 성주지회장

김지인 기자 입력 2025.04.22 09:25 수정 2025.04.22 10:00

↑↑ 김 춘 석 △경북 성주군 선남면 소학리 출생(1956년생) △도원초·성주성광중·성주고 졸업 △아내와 1남1녀 △前농업경영인회 이사, 前영농조합법인 선남유기원예화훼 대표이사 등 △국회의원 표창, 성주군수 표창장 등
ⓒ 성주신문

더불어 사는 세상, 장애에 대한 공감과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시력을 잃은 후에도 묵묵히 공동체를 이끌어온 (사)경북시각장애인연합회 성주지회의 김춘석 지회장을 만나 장애 극복의 여정과 포용의 메시지를 들어본다.



▣ 제45회 장애인의 날(4월 20일)이 어떤 의미로 느껴지는지?

개인적으로 장애인의 날이라고 해서 특별히 의미를 두거나 크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막상 기념식에 참석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한자리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처음엔 어두워 보이던 표정들이 금세 밝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큰 힘을 얻는다.


▣ 경북시각장애인연합회 성주지회를 통해 어떤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가?

해마다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궁, 쇼다운, 플라잉디스크를 비롯한 스포츠 활동을 통해 회원들의 건강과 활력을 도모한다. 아울러 점자교육과 보행교육 등 기초생활교육을 병행한다. 더불어 차량 이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유관기관·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에 시각장애인 체험부스를 운영하면서 인식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흰지팡이의 날(10월 15일)과 점자의 날(11월 4일) 등의 기념일 행사에 참여하고 장애인도민체전에도 매년 선수를 출전시키고 있다. 특히 시각장애인은 재난상황에 취약하므로 화재나 지진 등에 대비한 안전교육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 경북시각장애인연합회 성주지회장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인지?

회원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자체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행사가 끝나고 누군가 고생했다며 잡아준 손에서 진심이 느껴질 때 마음이 뭉클해진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따뜻한 마음이 큰 위로가 되고 '그래도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 경북시각장애인연합회 성주지회를 이끌면서 어려운 점은?

여전히 집에만 있는 장애인이 많다는 점이다. 밖에 나와서 함께하면 좋을 텐데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깝고 속상하다. 아직 단체와 연결되지 않은 분들을 생각하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다행히 '성주군시각장애인등생활지원센터'의 류철 센터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그런 분들을 만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어 큰 힘이 된다.


▣ 시력을 잃게 된 당시 상황을 말해본다면?

1999년 연말쯤 농협에 볼일이 있어 갔는데 그때 땅이 평평한데도 자꾸 다리를 헛딛는 느낌이 들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병원에 갔더니 녹내장 진단을 받았고 급하게 대구와 서울의 병원을 돌며 진료를 받았다. 이후 대구의 모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전에는 잘 보이던 눈이 오히려 수술하고 난 뒤 전혀 보이지 않게 됐다. 병원에서는 회복할거라 했는데 2주가 지나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수술한 병원에서는 퇴원하라고 했지만 눈이 안 보이는 상태에서 어떻게 나가냐고 버텼고 결국 한 달 넘게 입원했다. 그동안 재수술도 받고 약물치료도 했지만 회복하지 못했다. 의료진에 대한 실망도 컸고 의료사고라 생각했지만 병원을 상대로 소송해봤자 이기기 어렵다는 말에 마음을 접었다. 억울한 마음은 컸지만 현실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이 됐던 것은?

자신을 포기하면 남들도 포기할 거라는 생각에 일부러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밖에 나가지 않으면 점점 더 힘들어질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움직였는데 그러다 보니 마음이 조금씩 나아졌다. 시각장애인연합회에 발을 들인 것도 성주군시각장애인등생활지원센터 류철 센터장의 권유 덕분이다. 처음에는 그런 단체가 있는지도 몰랐고 낯설어서 돌려보냈는데 결국 용기를 내어 사무실을 찾게 됐다. 막상 나와 보니 생각보다 분위기가 좋았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선택이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


▣ 시각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복지나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가장 필요한 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마을마다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은 있지만 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대도시에는 장애인을 위한 쉼터가 어느 정도 마련돼 있지만 성주와 같은 농촌지역에서는 여전히 어렵다. 시각장애인도 마음 편하게 앉아서 쉬고 라면도 끓여 먹고 대화도 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 평소 여가시간은 어떻게 보내는가?

사무실에서 회원들과 소통하고 직원들과는 프로그램 운영이나 업무와 관련된 얘기를 나눈다. 종교활동도 꾸준히 이어오며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다.


▣ 지역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살아가는 세상을 그려본다. 함께 사는 세상인 만큼 편견 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어울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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