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사설 독자마당

선거로 뽑은 마을이장이 왜 임명직?

김소정 기자 입력 2022.02.08 09:13 수정 2022.05.20 09:13

ⓒ 성주신문



연말 연초에 많은 농촌마을에서는 새로운 이장을 뽑는 선거가 있었다. 어떤 마을에서는 이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 할 만한 사람을 주민들이 추대해서 이장을 뽑는다. 그러나 어떤 마을에서는 치열한 경선이 벌어지기도 한다.

특히 마을에 현안이 있는 경우에 이런 경선이 벌어진다. 며칠 전 필자를 찾아온 어느 농촌마을에서는 산업단지와 산업폐기물매립장이 마을에 들어오려고 해서 주민들간에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전임 이장은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 마을발전기금이라도 받자’는 식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산업단지와 산업폐기물매립장 자체에 반대하는 주민 측에서 이장후보가 나서서 경선이 이뤄졌다고 한다. 선거결과 반대측 이장 후보가 당선됐다고 한다.

얘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마을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이 당연했다.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마을 가구의 3분의2 가량이 이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가구는 산업단지와 산업폐기물매립장 옆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었다. 마을주민들 대부분이 농사를 짓고 사는데,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좋은 농지들이 대규모로 편입될 예정이었다. 평생 농사만 짓던 농민들이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니, 반대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이 마을에서는 이장 경선 이후에 산업단지 반대운동을 본격화하고 있었다.
이처럼 농촌마을에서 마을 이장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평상시에는 주민들의 생활과 관련된 각종 일들을 챙기고, 마을에 중요한 현안이 있을 때에는 마을의 지도자로서 대처를 해야 한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마을의 책임자인 이장은 주민들이 선출을 해 왔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조선후기에는 농촌마을 주민들이 마을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그리고 간도, 연해주 등으로 간 유이민들도 직접선거로 대표자를 선출해서 자치를 시행했다고 한다.

이런 전통이 있었기에 1949년 제정된 최초의 지방자치법 제146조에서는 “동ㆍ리장은 동ㆍ리주민이 직접 선거한다. 동ㆍ리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한다”라고 규정했다. 이미 이뤄지고 있던 마을자치의 전통을 법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그래서 1950년대에는 농촌지역에서는 이장을 주민들이 직접 선거로 뽑았고, 서울시의 동장도 주민직선으로 뽑았다.

그런데 이런 마을자치는 1961년 5.16. 쿠데타로 인해 변화를 맞는다. 1961년 10월 1일 시행된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 제9조 제2항에서는 “동리장은 시, 웁, 면장 또는 구청장이 임명한다”라고 규정해서, 이장ㆍ동장의 지위를 임명직으로 바꿨다. 그리고 민주화 이후에도 이 부분은 바뀌지 않고 있다. 지금도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81조 제2항에서 “이장 및 통장은 주민의 신망이 두터운 사람 중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읍장ㆍ면장ㆍ동장이 임명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마을에서 이장을 뽑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읍ㆍ면에서 임명장을 받아야 이장으로 확정된다. 그런데 마을에 현안이 있고, 지방자치단체가 마을주민 다수와 의견이 다르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이장임명을 지연시키기도 한다. 최근 필자가 얘기를 들은 사례 중에도 그런 마을이 있다. 특정 종교단체가 지역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심지어 위장전입까지 시켜서 자기 측 사람을 마을이장에 당선시키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시도가 좌절되고 기존 이장이 재선출이 됐는데, 면장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이장 임명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마을 이장 선거를 둘러싼 규칙의 문제도 있다 마을 이장선거를 할 때에 ‘1세대 1표’인지 ‘1인 1표’인지도 가끔 논란이 된다. 이장 선거의 투표권 자격에 ‘일정 기간 이상 거주’를 요건으로 할 것인지도 논란거리이다. 거주요건을 넣지 않는다면, 위장전입자를 가려낼 근거도 필요하다. 그 외에도 경선이 붙을 경우 이장 선거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지금은 마을규약으로 이런 사항들을 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마을규약의 민주적 개정작업을 마을별, 지역별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 전국적으로 개혁이 필요한 사항도 있다. 그것은 바로 마을 이장을 임명직으로 하고 있는 지방자치법 시행령의 개정이다. 마을 이장을 선출직으로 되돌려야 한다. 또한 도시지역에서는 동장 직선제 부활 등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려면 풀뿌리 민주주의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하승수 칼럼


저작권자 성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