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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독자마당

감나무에 묶인 순이 - 원상연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23.04.18 09:29 수정 2023.04.18 09:49

↑↑ 원 상 연 前 대구동호초 교장
ⓒ 성주신문

 

봄이 무르익는 4월이면 우리 동네 뒷산 밭에는 하얀 자두 꽃이 만발하여 장관을 이루었다.

지금은 경작을 하지 않아서 자두 밭이 해발 50미터 정도의 야산이 되었지만 그 때 당시만 해도 동쪽 경사면은 친구 용이네의 자두 밭이었고, 우리 밭은 자두 밭을 지나 조금 더 북쪽에 위치해 있었는데, 나는 우리 밭에 갔다가 내려올 때면 길가로 뻗어 나온 자두나무 가지에서 자두를 몇 개씩 따 먹곤 했다. 시큼한 자두를 한 입 베어 물면 시그러워서 저절로 눈이 윙크를 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용이네 집 감나무에 순이가 묶여서 울부짖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유는 순이가 자두를 따 먹었다고 용이 아버지가 감나무에 묶었다고 했다. 순이는 "잘못했습니다.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하면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지만 용이 아버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참이 지난 후에 순이 어머니께서 오셔서 딸 아이 교육을 잘못시켰다고 사과한 후에 순이는 겨우 풀려 날 수 있었다.

그 때 우리 나이가 예닐곱 살 정도로 기억이 되는데,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라서 아직도 그 때의 겁먹은 순이 모습이 생생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순이는 우리 모두의 본보기로 감나무에 묶이게 된 것 같다. 즉 시범케이스로 걸린 것이다. 그 때 우리 또래의 아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다 용이네 자두를 따 먹었고 자두 서리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용이 아버지는 순이를 혼내 줌으로써 一罰百戒(일벌백계)를 꾀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우리 또래의 아이들은 한 동안 자두밭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교사 시절 나는 이와 유사한 방법을 한 번 사용해 보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체벌은 아동의 행동을 굴복시킬 수는 있으나 바람직한 내재적 행동의 변화는 가져올 수가 없다. 교육의 핵심은 사랑과 칭찬 그리고 배려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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