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6일부터 5월 2일까지 성주군의회 의원 8명 전원이 유럽 출장길에 나서는 가운데 의정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성주군의회는 5박 7일간의 일정으로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를 포함한 동유럽 3개국을 방문하는 공무 국외연수를 앞두고 있다.
군의원 8명과 이들을 보좌하는 의회사무과 직원 2명 등 총 10명이 동행하며 3천913여만원의 경비를 책정했다.
공무원 여비규정 항목과 연령에 따른 여행자보험료 산출 등에 따라 개별경비는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인당 평균 391만원인 셈이다. 이번 해외연수 경비는 군민의 세금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군의회 예산으로 충당한다.
더구나 4월 30일까지 산불특별대책기간으로 공직자 대부분이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 데다 완전히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최근 도내 엠폭스(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병) 확진사례 등을 비춰봤을 때 성주군의회의 장거리 여정은 시기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성주군의회는 연수계획서를 통해 '동유럽의 우수 문화유산 및 관광시설, 도심 탐방을 통한 문화·관광정책 수립 및 활성화 방안 마련', '동유럽의 도시재생 성공사례 시찰을 통해 지역에 접목할 정책 연구 및 개발, 의정활동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소양 고취'라고 출장 목적을 밝혔다.
오스트리아 짤츠감머굿의 '볼프강 호수'와 옛 가스저장소 건물을 아파트, 기숙사, 쇼핑몰, 이벤트홀을 비롯한 주거·편의시설로 재탄생시킨 '가소메터 시티' 등의 명소를 잇달아 방문한다.
성주군의회는 유럽의 관광정책을 벤치마킹하고 도시재생 선진사례를 시찰함으로써 지역사회 활력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최근 고물가·고금리 기조 속 공공요금 인상까지 겹치며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서민들 입장에선 성주군의회의 해외연수는 부정적인 여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성주군 농민 A씨는 "한동안 코로나19로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자마자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떠나는데, 특히 관광지로 유명한 유럽에서의 연수를 어느 누가 이해하겠냐"며 "어려운 시국에 해외연수보다 군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농업이나 경제, 복지분야 지원 등 효율적인 의정활동이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성주군의회는 불과 4개월 전인 작년 12월 중순, 6박 8일간 필리핀을 다녀온 적이 있어 이번 동유럽 연수일정은 이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시 군의원 8명 전원과 의회사무과 직원 4명 등 총 12명은 성주군과 필리핀의 아팔릿시·마갈랑시가 체결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에 따라 관련 정보수집, 불법체류 및 이탈 방지대책을 논의하고자 필리핀 일원을 찾은 바 있다.
필리핀 아팔릿·마갈랑시 관계자와의 간담회를 통해 계절근로자에 대한 여러 제반사항을 확인했지만 당시에도 출장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클락 박물관, 아팔릿 성당 등 관광명소를 찾아 의아함을 자아낸 바 있다.
따라서 제9대 성주군의회가 개원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두 번의 해외연수는 과하다는 지적이다.
의회사무과 관계자는 "이번 국외연수는 상반기 일정을 전체적으로 확인했을 때 무리가 되지 않는 시기로 계획한 것"이라며 "앞서 필리핀 방문의 경우 집행부 관계자가 동행한 업무상 출장이라면 이번 동유럽 일정은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는 연수의 목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의정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의회사무과장 등이 동행하지 않는 등 이번 연수는 최소한의 일정과 인원으로 계획했다"고 말했다.
성주군의회가 의도치 않은 외유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선 무엇보다 귀국 후 반드시 작성하는 '공무 국외출장보고서'의 양질에 달려있다.
방문지 현황을 소개하거나 감상문 형식의 보고서는 군민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기 어렵다.
계획된 일정을 제대로 소화했는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정책 반영계획 등이 담겼는지 군민 스스로 매서운 눈초리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