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승 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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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심상치 않다. 작년 3월부터 무역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최대 수출 국가였던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대규모 무역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수출총액도 감소하고 있다. 올해 4월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총액은 작년 동기 대비 11%나 감소했다.
그리고 이런 구조는 쉽게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무역적자도 상당부분 구조적인 문제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하반기까지도 대규모 무역적자가 계속되면, 한국경제의 불안은 매우 심각해질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가재정 상황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가 좋지 않고 부동산거래도 감소하면서 올해는 세수결손이 예상되고 있다.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히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20조원 이상의 세수 수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가 지출을 무조건 줄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사회적 약자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경기가 침체될수록 사회적 약자들에게 안전판을 깔아주는 예산은 오히려 늘어나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 다가올 식량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식량자급률 제고 등을 위한 예산은 오히려 늘어나야 한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중단해야 할 것은 토건사업이다. 신공항건설, 도로건설, 예타면제 사업 등은 중단하고 전면재검토를 해야 한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를 생각해도 임야와 농지를 대규모로 훼손하고,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이런 사업들은 중단해야 한다. 예산낭비성 사업, 일회성 사업, 전시성 사업도 줄여야 한다. 효과도 의심스러운 사업에 관행적으로 편성되는 예산, 각종 기업ㆍ단체 등에 관행적으로 지원되는 예산도 줄여야 한다.
그러나 과연 이런 예산구조 개혁을 현재의 정치권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는 총선이 치러지게 된다. 총선을 앞두고 재원조달 계획도 분명치 않은 공약들이 쏟아지고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몰두할 경우, 예산구조가 개혁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올해 연말에 국회를 통과할 내년도 예산부터 걱정이다.
그리고 국가의 재정악화는 지방자치단체의 세입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내국세(종합부동산세 등 일부를 제외한 금액)의 19.24%가 지방교부세로 지방자치단체에 배분되는데, 내국세 수입이 줄면 당연히 지방교부세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내국세의 20.79%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방교육청에 교부되는데, 이것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의 재정상황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도 긴장감을 가지고 예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문제는 예산구조를 개혁하는 일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에 있다. 가정에서도 식비, 교육비, 주거비 등의 지출구조를 바꾸려면 쉽지 않은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행적으로 편성ㆍ집행하던 예산구조를 개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흔히 '제로 베이스' 예산(zero base budget)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정말 원점에서부터 예산의 필요성, 타당성을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예산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산 구조를 개혁하려면, 예산을 집행하는 실태가 투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최근 현 정권이 노조와 시민단체 회계를 문제삼고 있는데, 그보다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쓰는 예산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민간조직의 회계투명성을 따지기 이전에, 국민세금을 쓰는 곳들부터 투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실, 검찰 등의 권력기관들이 예산집행 정보의 공개를 거부하다가 행정소송에서 연일 패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도 소위 말하는 힘있는 기관들은 '내비남공(내가 쓴 돈은 비공개, 남이 쓴 돈은 공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금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할 곳은 민간조직이 아니라, 공적인 자금을 쓰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들이다.
한편 이런 위기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긴장감을 갖게 하려면, '우리가 낸 세금을 지키는' 시민운동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주권자인 시민들이 예산을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낭비하는 '세금도둑질'을 감시하고 비판하지 않으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스스로 예산구조 개혁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주권자 의식을 갖고 우리 주위에서부터 '새어나가는 세금'이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