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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독자마당

아침에 우는 뻐꾸기 - 이상숙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23.06.20 09:48 수정 2023.06.20 09:48

↑↑ 이 상 숙 시인·다연농장 대표
ⓒ 성주신문

 

달무리 젖은 이슬로
고요의 여명 밀어
오월 아침 열리면
온갖 만상 산새의 외침은
흔들리는 그리움으로
하얀 찔레꽃 피어나고
앞산 뻐꾸기 울음에
뒷산 천년바위 스치는
메아리 소리 애절하여라

닭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첫 새벽 닭이 울면
세상 잠들어 적막한
초가삼간 오두막
층층 시하 시집살이
기우는 달빛에 눈물짓는
새각시 내 어머님

한줄 빛 없는 캄캄한 부엌에서
디딜방아 몸살에 벗겨진
겉보리 꽁보리쌀
무쇠솥 검은 아궁이
마른 솔개비 불기운으로
세 번 삶아 퍼진 보리밥
그 나물에 그 나물로
오찬지어 올린 밥상
이방 저방 됫돌 위에
고무신이 열두 켤레라

국 달라 물 달라
어머님 치맛자락에
방 문턱 닳아질 때
구성진 뻐꾸기 울음으로
눈물밥 삼키시는 어머님

온고지신
깊은 혼을 하늘에 묻어
온유의 사랑으로
그 오월에 울던 뻐꾸기

오월 이 아침 메아리로 돌아와
사무치는 그리움에
앞산 깊은 숲 뻐꾸기
울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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