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 설 자 시와시학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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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나무 꼭대기에
신혼집 짓는 까치 한 쌍
분주히 날개를 파닥인다
가지 사이의 허공에 길이를 재면서
제 집의 구조를 이리저리 설계하는 것일까
곧 터져 나올 푸른 잎맥의 크기와
넓이를 잘 아는 익숙함
그들의 예측은 한 번도 빗나간 적 없다
바람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공법으로
쓰러지지 않는 저 집
제 조상들이 짓던 자연방식 그대로
밤에는 한 소쿠리 별을 담아내고
낮이면 초록 햇살 주섬주섬 주어 담아
포근한 안식을 누리는 저 집
흑백의 턱시도를 벗지 않는 그들은
매일 결혼하는 기분일까
오늘 고향집 산막터 가는 길에
까치 부부의 새 집을 보면서
호된 시집살이 했던 나의 신혼방을
그 위에 겹쳐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