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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은행나무(1) - 최필동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24.01.09 10:12 수정 2024.01.09 10:12

↑↑ 최 필 동 수 필 가
ⓒ 성주신문

 

그날은 '나무와 열매'를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선생님의 설명을 열심히 듣던 순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 궁금한 게 있어요."

 
"역시 초등학교 1학년생 순이는 알고 싶은 게 많군 그래, 오늘은 또 뭐가 알고 싶니?"

"저, 말이에요. '은행'이라는 곳이 뭐 하는 곳이에요?"

 
"순이야, '나무와 열매' 이야기 하다 웬 은행 얘기니?"

"그건요, 길가 은행나무에 달린 '은행'이나, 마을마다 있는 'ㅇㅇ은행'이나 이름은 같은데 왜 뜻은 다른가요? 뭔가 이상해서 여쭤보는 거예요."

 
"나무 열매인 '은행'은 그냥 열매 이름이고, 나라가 발행한 모든 돈(은행권)을 관리하는 '은행'과는 다르단 말이야. 사람들이 돈을 맡기면 이자를 늘려주고,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빌려주고 이자를 받기도 하는 곳이 은행이란다. 알겠니"

"네, 알겠습니다. 그래서, 지난 설에 엄마 아빠와 작은아버지로부터 받은 세뱃돈을 은행에 맡겼더니 한 달 후에는 이자 돈 50원을 주는 군요"

 
"그렇단다."


"선생님, 근데 은행이라는 곳은 그런 곳인데 은행나무에는 왜 돈이 안 열리고 은행만 열리느냐고요?"

"허허 참···! 뭣이라구? 역시 알고 싶은 것 많다고 붙여 준 '알순이'라는 별명이 맞군 그래! 그래서 공부도 잘 하고···."

그날 철수와 알순이가 선생님의 '나무와 열매' 이야기의 1학년 공부를 마치고 다정스레 손을 잡고 교문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온통 길바닥을 은행나무 열매와 노랑 나뭇잎으로 노랑양탄자를 깔아 놓고 있었다.

"철수야, 이것 봐! 우리 둘이 집에 잘 가라고 카펫을 깔아놓은 것이야, 그지. 더 자세히 보니 잎마다 손잡이 달린, 장난감 같은 '노랑 부채'네."

"야··· 맞다, 맞아! 근데 알순아! 의문점이 있어"

"그게 또 뭐야?"

"열매도 잎도 다 예쁜데 돈이 열려야 하는 은행나무에 왜 은행이 열리지? 그것도 땅에 떨어지면 은행 알은 구린내가 온 골목을 진동하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찡그리고 코를 막게 하고···. 그 참 쯧쯧!"

"알순아, 넌 정말 공부시간에도 선생님께 알고 싶은 것과 의문스러운 것마다 잘 묻더니, 그래서 너는 역시 공부를 잘 하는구나. 근데 아까 선생님께 여쭸을 때, 은행나무에는 돈이 열리지 않고 은행이 열린다는 답을 들었잖아! 근데 또 뭐···"

"철수야. 그 돈 주고받는 은행과, 은행나무에 달린 은행은 말은 같지만 뜻은 다른, '같은 말 다른 뜻'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잖니, 알겠니?

"알순아! 그건 그렇다 치고 또 이해가 안 되는, 궁금한 게 있어. 근데 어른들은 왜 노랑색을 '돈의 상징'이라고 하니, 왜 그래?

"그건 말이야! 땅속에서 캐는 금이 노랗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 '황금'이고, 그래서 노랑은행잎을 '행운의 황금잎'이라 하는 것도 같은 말이야! 그리고 또 동전 말고 종이돈을 '황금종이'라 하는 것도 같은 뜻이야. 노랑 칠 한 마차를 '황금마차'라 하지 않니? 황금이 다야몬드 다음 보물인 걸 모르니?

"그렇구나! 근데 철수야!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그 잎이 '행운의 황금종이'로 변하면 얼마나 좋겠니? 하지만 그 좋은 돈 때문에 아이나 어른이나 미끄러져 다치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그지."

"다칠 때 다치더라도 차라리 돈이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뭐! 너도 돈 좋아하니?"

"그럼, 좋아하지! 좋아는 하지만 돈 많고 적음을 '키 재기' 하듯 하는 어른들과는 달라. 옛 어른들이 말한 '황금 보기를 돌같이'가 아니라 그냥 '먹어야 할 만큼의 밥'으로 보란 말이다."

"맞아! 어른들은 친하던 친구끼리도 돈 때문에 싸우고, 돈 많은 거 새암도 잘 내다보면 심하게는 진흙탕 물싸움도 하니, 그 더러운 물도 함께 뒤집어쓴단 말이다."

"돈 없어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열심히 살면 되는데, 남 탓부터 먼저 하고, 심하게는 남의 돈 훔치는 짓을 예사로 하는 어른들이 있단 말이다. 특히나 양 아흔아홉 마리 가진 어른이 한 마리 더 가지겠다는 욕심 많은 어른도 있으니 말이다."

"그 뿐이니? 우리나라에서 1, 2등 간다는 부잣집 아들딸들이 서로 돈 많이 갖겠다고 싸우고 재판까지 걸지 않나 말이다. 그래서 말 참 멋지게 하는 어른들은 '사람은 영원한 돈의 노예'라고도 하지 않니?"

"그렇긴 해. 근데 야, 철수야! 그, 그게 누구니··· 왜 너도 알잖니?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이 으응··· 또 내 것이고!' 라는 흥부전의 '놀부' 말이다."

"그래! 알순이 너 참 모르는 게 없군! 세상에, '엉큼 대장'인 욕심쟁이 놀부도 알고 있으니 말이다."(다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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