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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덕 희 작 가 |
ⓒ 성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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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저녁이 오는데
헐렁한 몸뻬를 가슴까지 추켜 입고
늙은 형수가 해주는 밥에는
어머니가 해주던 밥처럼 산천이 들어 있다
저이는 한때 나를 되련님이라고 불렀는데
오늘은 쥐눈이콩 한 됫박을 비닐봉지에 넣어주며
아덜은 아직 어린데 동세가 고생이 많겠다고 한다
나는 예,라고 대답했다
『뿔을 적시며』, 창비(2012)
가끔 뜬금없이 온몸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힘을 못 쓰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차가운 내 손을 잡아끌고서 아랫목에 앉혀두고 뜨끈한 시라국 한 그릇 데워 소반 차려주던 그가 생각난다. 아프다는 허리는 괜찮은지 대추 농사짓는 아부지는 편찮으신 데 없는지 하는 일은 잘되는지 나보다 나를 더 걱정해주는 마음 한 상으로 내 아랫배까지 뜨끈하게 데워주던 그. 그이 앞에서 난 언제나 퍼질러 앉아서 혹은 팔을 괴고 모로 누워 있다가 그가 차려주는 뭔가를 먹었고 그가 대신해 주는 걱정거리에 짧게 예,라고만 할 수 있어 좋았다. 그이 손에 있던 많은 것이 내 손에 쥐어졌다. 따스한 것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