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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독자마당

무제

김소정 기자 입력 2021.11.09 09:36 수정 2022.05.20 09:36

↑↑ 최 필 동
수 필 가
ⓒ 성주신문


나는 30여 년 간 전통시장에서 생업수단, '장사치'를 했다. 어쩌다 시장 새마을금고 운영위원을 맡고 있을 때, 마침 금고 이사장 선거가 있었다. 낙선한 후보가 당선자의 흠결이 있다고 이를 상부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하려고 서명을 받고 있을 때, 나는 그 진부를 판별할 틈도 없이 친분 때문에 덜컹 서명부터 해주었다. 결국 그 진정서 제출자는 '모함' 혐의를 벗지 못했으며 금고 운영에도 손을 떼야 했다. 나는 결과적으로 모함 행위자에게 줄을 서버린 결과가 되고 만 것이다.

지금 '대장동사건'에 비하면 이 모함 사건은 '태평양의 좁쌀 하나'이지만, 내가 알량한 친분 때문에 문제의 진위도 보지 않고 소소하다고 서명해주다 보면 그게 바로 비리의 시발이 되는 것이다. 여기 확장성을 더하면 비위(非違)의 온상이 되어 사회 정도(正道)와는 상반되는 결과가 올 것이다. 이런 현상은 국가기관이나 관변단체, 특히 이해가 상충되는 단체에도 결코 예외는 아닐 것이다.

4.19 이후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농촌 계몽운동으로 전국에 파견된 일이 있었다. 지금은 생소하지만 그땐 농촌 계몽이 이른바 '핫이슈'였다. 광복 직후만 해도 1인당 국민소득이 35불이며 문맹률이 78%였다고, 어느 교수가 쓴 칼럼을 본 일이 있었으니 4.19 직후라고 별로 다르진 않았다. 경제문제도 그렇지만 문맹자 문제가 더 시급한 때였을 것이었다.

나는 그때 20대 초반이니 그 대학생들을 보고 그들이 저렇게 애국심 하나로 벽지까지 순회하는 것을 보니, 나도 뭔가라도 해야겠다는 그 나이의 열정(?)으로 중학교 과정을 통신강의록으로 야학을 시작했다. 소설가 심훈의 '상록수'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한참 지나 설 명절 직전에 왔는데 학생들 수근대는(시그널) 얘기인즉 구두 한 켤레로 설 선물을 준비한다는 거였다. 이를 눈치 챈 동료교사(2명이 교대 강의)가 적극 반대해서 무산된 일이 있다. 그땐 '김영란법'도 없을 때이니 학생들 성의도 받을 수 있었지만, '야학당'의 이미지가 희석된다고 하여 거절했던 것이다. 나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거절 동조는 했으니 세 불리(?)한 자화자찬이 되는 것일까?

60년대 초 하사로 군 생활할 때, 강원도 일원에 출몰한 간첩 포획하는 작전에 투입되었다. 밤이면 각개 무장하여 잠복근무하고 낮이면 평창군 골짜기에 순찰도 돌았다. 골짝마다 늘어선 나무들을 도벌하여 밀매하는 민간인도 많이 있었다. 어느 날 순찰하느라 한 일병을 데리고 관할구역을 나갔다. 마침 도벌꾼 트럭을 잡았는데 하주(荷主)가 내려와서 두 손 싹싹 빌더니 한 번만 봐 달라며 지전(紙錢) 서너 장을 내 주머니에 넣는 것이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선심 쓰느라 그냥 봐준 것이었다.

돌아와 소대원들에게 털어놨더니 그냥 가지라고 해서, 난생 처음 뇌물(?) '인마이포켓'을 한 것이다. 그 액수가 3,40원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서울발 대구 완행열차 차비가 290원이었으니 그 돈의 가치는, 언젠가 휴가 때 서울 사는 형님이 500원을 줬으니 이 글을 보는 분의 판단에 맡기려 한다.

80년대 초 종로구 이면도로에서 잡화상을 시작했을 때 마침 총선이 있었다. 길에서 주운 야당후보 전단지를 가게에 뒀더니 마침 지나던 동장이 그걸 보고, '야당 지지하시는군요' 했다. 조금 있다 헐레벌떡 들어오더니, 슬쩍 봉투를 꺼내 주곤 두말 않고 가버렸다. 가고 난 후 열었더니 5만원이 들어있었다. 다음 날은 동 담당서기가 오더니 투표일에 참관인을 요청하여 흔쾌히 수락, 임무도 마쳤다. 그런데 약속한 수당을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아, 그건 그날 종사자들 경비로 썼으니 이해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도벌꾼으로부터 3,40원을 비롯해 동장이 준 5만원의 뇌물을 받은 전과(?)가 있다. 나는 그렇다 치고 참관인 수당은 배임인가, 횡령인가? 게다가 무술인이나 쓰는 듯한 사명(社名) '화천대유'는 6년 근무에 퇴직금 50억원이 온 나라를 강타했으니 이를 뭐라해야 하나. 이를 조롱이나 하려는 듯 뇌물 총액이 700억원이 또 터졌다. 혐의자(주모자) 둘이 나누면 350억원이다. 기절초풍할 때 나오는 소리 억, 억과 으아악이 동시에 터져 나온다. 대장동은 역시 육군 '일등병'이 아닌 대장동(大將洞)인가 보다. 아니면 '오징어 게임'인가.

이럴 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말문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 요지경, 졸부들의 돈 잔치, 아수라장? 부모찬스는커녕 인맥도 학맥도 없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올곧게 오로지 '자기생활'에 충실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장삼이사들에게는 허탈감, 무력감으로 혼돈에 빠질 일이었다. 검경이 수사를 한다곤 하지만 정황상 믿을 수가 없다. 압수수색 현장에 검사도 없고 구속된 자는 날마다 말이 바뀌니 말이다. 더구나 재판 거래가 나오는가 하면 개발 초과이익 환수제도 감쪽같이 사라지고, 국감은 하지만 '맹탕'에다 국제마피아는 또 웬 말?

대선이 5개월여 남았는데 여야 할 것 없이 사사생생 권력 지향에만 함몰된 상황이다. 건국 이래 70년 만에 선진국 대열에 선 이 나라를 최소한 5년은 이끌어야 하고, 더 나아가 국가 미래를 열어갈 비전도, 이슈도 없고 오로지 저 '푸른기와집'만 바라보고 있으며, 내놓는 정책이라곤 '표'와 '입신양명'을 등가(等價)로만 계산하는 형국이다. 대선은 여야 모두 '아킬레스건'이 있다 하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혹평도 나온다. 문제는 국민 스스로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가붕개'와 MZ세대는 어디로 가야 하나?

*외부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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