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 환 주 전 재경성주중고 동문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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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숲과문화연구회(회장 임주훈 박사)에서 지난 토요일(2025.3.15) 올해의 첫 아름다운 숲 탐방 행사로 고창읍성과 운곡람사르습지를 다녀왔다.
이날 날씨도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면서 서울 양재에서 출발한 버스는 먼저 고창읍성으로 향하였다. 고창읍성에 도착하니 전북대학교 박종민 교수가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다.
고창읍성은 조선 세종32년(1450)에 전라 우도인 고창 무장 흥덕 옥구(군산) 용안(익산) 김제 정읍 고부 태인 영광 장성 진원 함평 제주와 전라 좌도인 용담(진안) 임실 순창 담양 능성(화순) 등 19개 군현이 참여하여 3년만인 단종 원년(1453)에 완공하였다. 이는 왜침을 막기 위해 전라도민들이 유비무환의 슬기로 축성한 자연석 성곽이다. 일명 모양성(牟陽城)이라고도 하는 이 성은 나주 진관의 입암산성과 연계되어 호남 내륙을 방어하는 전초 기지로 만들어진 읍성이다.
1965년 4월1일 사적 제145호로 지정되었으며 이 성의 둘레는 1,684m 높이 4~6m 면적은 165,858㎡ 로 동, 서, 북문과 3개소의 옹성, 6개소의 치성을 비롯하여 성 밖의 해자 등 전략적 요충 시설이 두루 갖춰져 있다.(지금은 해자 시설은 볼 수 없음)
성내에는 동헌, 객사 등 22동의 조선 시대 관아 건물이 있었으나 병화 등으로 소진된 것을 1976년부터 복원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 문화재 복원은 1970년대 중반에 들어서 전국적으로 시작되었다. 2차 경제개발계획이 끝나고 우리나라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접어든 이후다.
윤달에는 돌을 머리에 이고 성곽을 3회 돌면 무병장수하고 극락 승천한다는 전설이 있어 지금도 부녀자들의 답성 풍속이 남아있다. 이 답성놀이는 읍성을 조성 당시 돌을 모으기 위한 일환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이날 해설을 맡은 박종민 교수는 설명했다.
이 성의 정문은 북문으로 그 이름을 공북루(拱北樓)라 하였다. 이 성문을 보호하기 위하여 성문 앞에 옹성을 쌓아 적이 성문을 쉽게 찾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곳 북문 안 입구에는 옥(獄)이 있다. 옥은 죄인을 가두는 곳으로 감옥 또는 원옥이라고도 한다. 조선 시대의 옥은 대개 관아의 입구에다 짓고 동쪽 칸과 서쪽 칸에 남, 여 옥을 나누어 만들고 높은 담을 둥글게 둘러쳤는데 그래서 생겨난 이름이 원옥이다. 옥 앞에는 당시 죄수들에게 형을 가하는 장비들도 전시되어 있다.
고창여고가 이 성안에 있었다는 해설사의 설명에는 성 안에나 성 밖에 가까운 곳에 민가가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학교가 있었나 하는 생각에 고개가 갸우뚱 해졌다. 성안에 맹종 죽림 단지가 있어 산업화 이전에는 이 대나무를 우리의 일상생활에 많이 사용하였으나 차츰 대나무 사용이 줄어 듦에 따라 대나무 간격이 적정하게 관리가 되지 않아 밀생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점심 후에는 운곡람사르습지로 향하였다. 습지 가는 중간에 우리는 고인돌을 마주하였다. 이 곳에서는 이 지역의 습지와 고인돌을 설명할 별도의 해설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인돌은 옛 사람들이 죽으면 매장을 한 후 그곳을 표식하기 위하여 돌을 하나 얹어 놓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묻혀 있는 이가 답답해할 것이라 생각하여 큰 돌을 받쳐 놓게 되어 괸 돌, 고인돌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해설사는 설명하였다.
운곡람사르습지는 면적이 1,930㎢로 과거 주민들이 습지를 개간하여 계단식 논으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1980년대 초 영광 원자력발전소의 공업용수 공급 목적으로 운곡저수지를 조성하면서 인근 9개 마을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그 후 30년 넘게 인간의 간섭이 배제된 채 폐경지로 유지되면서 산지형 저층습지의 원형으로 복원되었다. 이는 자연에 의한 습지 복원의 독특한 사례로 그 가치를 국내외적으로 인정받아 2011년 습지보호지역과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었다.
람사르습지란 생물 지리학적 특징이 있거나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로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어 람사르 협약에 의해 지정된 습지이다.
람사르 협약이란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으로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촉구하는 국제협약이다. 1971년 2월2일 이란의 람사르(Ramsar)에서 채택되었다. 우리나라는 1997년 7월28일 101번째로 람사르 협약에 가입하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25개소가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운곡습지는 전라북도 서해안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으로 운곡습지 일대는 약 8천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화산 활동으로 분출된 용암으로 만들어진 유문암이 넓게 분포하고 있다. 이 유문암은 유리질의 입자로 크기가 매우 작아 물이 잘 빠지지 않는 특성이 있으며 습지 일대의 기초가 되는 암석이다.
골짜기를 내려오는 물들이 땅 밑으로 흡수되지 않고 고여 습지가 만들어질 수 있다. 운곡습지에서 신선한 암반은 일반적으로 연한 자줏 빛을 띠는 분홍색 내지 옅은 흰색을 띠며 서로 다른 색상이 보이는 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고창군은 본 습지를 잘 보전하기 위하여 습지의 육화 건조화 천이 과정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습지의 보전 및 관리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자동 관측정을 설치하여 습지 토양 속에 들어있는 물의 양을 측정하고 있다. 우리 일행은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운곡습지 탐방로를 따라 조용히 습지 지역을 관찰하고는 전기 탐방 열차를 타고 주차장으로 돌아와 이날의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이날 읍성과 습지 지역을 둘러보며 나는 경제발전뿐 아니라 자연환경 보전에 대한 우리나라의 발전상을 피부로 느꼈다. 오늘의 우리는 이런 자연유산을 후손들에게 잘 물려주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는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면서 나의 고향인 성주읍성은 북쪽 부분만 일부 복원되어 있어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