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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 보 용 시 인 |
ⓒ 성주신문 |
성밖숲 벚꽃이
저 하늘 끝까지 번지던 날
연애방천 둑길을 따라
바람보다 천천히 걸었다
참외밭 너머로 퍼지는 햇살은
향기로운 기억처럼 맑았고
농부의 손길이 닿은 밭고랑마다
노란 웃음이 피어나고 있었다
우리는 말을 아꼈다
말보다 눈빛이, 손끝보다 마음이
더 가까웠던 침묵의 날들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벚꽃은 잠시였지만
그 아래 나눈 마음은 오래 남아
계절이 바뀌고 해가 달라져도
성밖숲은 우리를 기억해 주었다
사랑은 늘
피고 지는 벚꽃 같아서
삶도 사랑도 정성껏 다루면
언젠가 단맛이 되는 법이라 배웠다
지금도 봄이면 그 길을 걷는다
꽃길에 묻어둔
우리의 소중했던 그날
그 약속의 길을 걷고 또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