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든 나뭇잎 다 떨어지는 오늘
이 눈물에 겨운 가을 비행기 한 대를 접고
그 가을 그 詩를 실어 그 문 앞에 날린다.
다시금 제 자리로 돌아오고 마는 것을
종이배로 되 접어서 개울물에 띄워본다
이 세상 모든 나뭇잎 다 떨어지는 오늘.
- 시조집 『저녁밥 찾는 소리』(태학사,200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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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門 앞'을 생각하면 한번쯤 사랑의 아픔으로 가슴앓이를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혹은 <그 집 앞>이라는 노래를 생각하기도 할 것이다. 사랑의 아픔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데 있지만,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이야말로 우리를 성큼 크게 하고 깊이 있는 인간이게 한다. 그대는 사랑하는 '그이'의 집 부근에서 서성이다 발길을 돌려본 일이 있는가. 말로써 말을 다 하는 곳에 참된 사랑의 자리는 마련되지 못하리라. 시인은 그걸 아는 사람이다.
이종문 시인의 이 시는 그가 띄우는 '종이 비행기'와 '종이배'가 마침내 '그 문 앞'에 닿지 못하리란 것을 알면서 보내는, 어쩌면 낙엽과 같이 허망하지만 다 떨어져 세상을 덮는 허망함 뒤에도 무엇인가 남는 것이 있음을 우리에게 가르친다. 이 시 한편이 멀리 있는 가을을 우리 문지방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배창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