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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독자마당

엄마, 따뜻한 봄날에 - 천보용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25.05.13 09:39 수정 2025.05.13 09:39

↑↑ 천 보 용 시인
ⓒ 성주신문

 

엄마, 아직도 우리 곁엔 약속이 남아 있어요
언젠가 따뜻한 봄날에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지만 지난 몇 해 봄은 우리를 비켜가고
당신 눈빛엔 여전히 같은 물음이 가득해요
언제 집에 가냐고 엄마는 자꾸 묻고
나는 부끄러운 미소로 고개를 돌려요

엄마, 당신의 한마디는 여전히 봄처럼 따뜻해요
낡은 담벼락에도 희망을 피워내요
쑥스러운 말투로 그래도 함께 가자고 했었는데
나는 아직도 그 자리에서 머물러 있어요
기억 속 오래된 집 앞에서 나는 한참을 서성거려요

엄마의 아픈 엉덩이엔 겨울밤처럼 차가운 날들이 머물러요
긴 병상 애고(哀苦)의 세월이 하루하루 지나가고 있어요
기억 속 옛집 마당에도 들어서지 못한 내가 미안해요
매년 어버이날이 돌아와도
나는 여전히 당신 손을 잡고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요

어버이날인 오늘 이 시에 내 마음을 담아
사랑과 미안함을 하늘에 띄우며
언젠가 분명 따뜻한 봄날이 올 거예요
그날 우린 다시 함께 문턱을 넘을 거예요
엄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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