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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조덕환의 길 - 제1부 일본에서의 생활 (8) - 끝없는 여정, 봉환형을 찾아서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25.05.13 09:43 수정 2025.05.13 09:43

↑↑ 조 희 국 대구경북서예협회 사무국장
ⓒ 성주신문

 

노부부의 도움으로 약간의 여비를 마련한 삼봉과 덕환은 삿포로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삿포로에서 열차를 타고 그들의 목적지는 도쿄. 도쿄에서 다시 열차를 타고 오사카로 향해야 했다.

삿포로에서 도쿄까지의 신칸센 여정은 10시간. 두 사람은 열차에 몸을 실으며 비로소 자유를 향한 긴 여정을 실감했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처음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잠시 안도했지만, 도쿄에 도착하자 또 다른 현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장기가 몰려왔지만, 주머니엔 동전 몇 닢뿐. 허기를 해결해야 했다. 도쿄역 주변을 배회하던 그들은 허름한 골목길에서 작은 분식점을 발견했다.

"형, 저기다!"

동전을 털어 우동 한 그릇을 사 먹고 나니 다시금 불안이 엄습했다. 오사카로 가는 기차비용이 없었다. 그들은 결단을 내렸다. 기차역 담장을 넘어 몰래 열차에 숨어들기로 했다.

어둠 속에서 담장을 넘은 두 사람은 기차길 옆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간신히 열차가 정차한 플랫폼 근처에 도착한 그들은 승객들이 내리는 혼란스러운 틈을 타 열차 안으로 몸을 숨겼다. 이제 남은 건 승무원의 눈을 피하며 3시간을 견디는 일이었다.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두 사람은 눈에 띄지 않을 공간을 찾아 헤맸다. 화장실, 짐칸, 객차 연결 구역을 오가며 숨고 또 숨었다. 초조한 마음과 긴장이 뒤섞인 시간은 길게만 느껴졌지만, 그들은 결국 승무원의 눈을 피하며 오사카에 도착했다. 시계는 새벽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돈 한 푼 없는 두 사람은 역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차가운 바닥에서 밤을 지새운 그들은 동이 트자마자 화장실에서 간단히 세수를 하고 역사를 빠져나왔다.

"가와사키 공장은 어디에 있나요?"

길을 묻고 또 물으며 약 10km를 걸었다. 마침내 두 사람은 커다란 가와사키 공장 정문 앞에 도착했다. 가슴은 긴장감으로 두근거렸다. 5년 전 떠난 둘째 형 봉환을 만날 수 있을까?

수위실에서 서툰 일본어로 면회를 신청하자, 경비는 총무부로 연락을 취했다. 10여 분 뒤, 경비는 공장에서 봉환이 근무 중이며 점심시간에 면회가 가능하다고 알려주었다.

열두 시가 가까워지며 삼봉과 덕환은 긴장과 설렘으로 초조해졌다. 드디어 멀리서 한 남자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형이다!"

봉환은 걸음을 멈추며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깜짝 놀란 얼굴로 다가왔다.

"너희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형, 이야긴 나중에 하고 밥부터 좀 사줘."

세 사람은 회사 앞 작은 식당에 들어가 일본식 장어덮밥을 주문했다. 삼봉과 덕환은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그간의 여정을 숨 가쁘게 쏟아냈다. 말을 듣던 봉환은 고생했다며 두 동생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일단 밥부터 먹고 저녁에 집에 가서 이야기하자. 앞으로 어떻게 할지 천천히 생각해 보자."

봉환은 다시 공장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두 사람은 따뜻한 음식과 함께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긴 여정 끝에 도달한 자유의 문턱에서, 그들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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